본문 바로가기

사회사건, 사고

[미제 사건] 2003년 인제 광치령 토막 살인 사건

마대자루 안의 변사체

2003년 4월 18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광치령 고개 인근 31번 국도에서 가드레일 공사를 하던 작업자는 동료 2명과 함께 국도 방호벽 뒷편에서 마대자루 3개를 발견한다.


인부는 근처 농가에서 내버린 쓰레기로 알고 자루를 치우기 위해 자루에 다가갔다. 그런데 쓰레기를 담은 것 치고는 마대 자루가 이상할 정도로 깨끗했고 자루 주변에는 파리가 날아다니는 등 묘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작업자는 자루를 치우려고 자루를 만졌는데, 안에서 물컹한 감촉이 느껴져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감촉이 이상해 계속 만져보다 사람의 발바닥이 만져졌고, 놀란 인부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이 마대 자루를 열어보자 그 안에 나뉘어 들어있던 것은 검은색 비닐 봉투에 싸인 상태의 토막난 시신이었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신은 배꼽과 대퇴부를 기준으로 세 토막이 났고, 또 머리와 팔꿈치 아래의 양 팔이 모두 절단되어 사라진 상태였다. 혹여나 시신의 일부분이 주변에 유기되었을 가능성을 두고 경찰 기동대와 전의경 병력은 물론 군대까지 동원해 주위 야산과 하천을 1개월 동안이나 수색했지만 끝내 머리와 팔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그러나 시신의 머리는 물론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양팔이 모두 잘려나가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시체에서 피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라 사망 시간조차 추정할 수 없었다. 


부검을 통해 알아낸 정보는 다음과 같다.


나이 및 성별: 30~40대의 남성.

혈액형: A형.

체형: 머리가 없는 상태에서는 160cm, 몸무게 68kg, 머리가 있을 때를 가정하면 185cm, 90kg의 근육량이 많은 거구의 체형.

사인: 칼에 여러번 찔린 상처인 "다발성 자창".

비고: 사망 당시 변사자는 공복이었음.


  • 시신은 누구의 것인가, 범인은 누구인가?


시신의 가슴 부위에서는 21개나 되는 칼자국이 발견되었고 그중 7군데는 정확히 심장을 찔렀다. 부검 당시 피부가 유달리 창백해서 초반에는 외국인 남성을 염두에 두고 신원을 파악했으나, 창백한 피부색은 시신에서 피를 모두 빼버렸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시신에서 나타나는 시반도 없었다. 그리고 시신의 성기에서는 불법적인 확대술의 흔적이 발견돼 정황상 조폭 또는 유흥업소 종사자로 추측할 뿐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자창의 길이가 평균적으로 4~5cm가량, 최대 깊이가 20cm에 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때 범행은 일반인이 다루기 힘든 회칼에 의해 이뤄졌고 따라서 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이에 의해 행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슴에 집중된 자창과 시신에게 저항의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피해자가 육체적으로는 양 팔이 뒤로 묶인 상태였고 심리적으로는 범인에 의해 위압감을 느낀 상태였을 것이라 예상했다. 


시신을 토막낼때 사용한 도구는 2003년 당시에는 동력을 갖춘 장치로만 판단이 되었다. 그런데 2017년 재수사 과정에서 전기톱으로 토막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에 법의학자들은 시신을 토막낼 환경을 갖춘 장소에서 조력을 받아 이뤄졌을 것이라 추측했다. 


한편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이 인적이 드문 산길 방호벽 뒤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아 인제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라 예상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는 시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피해자의 머리와 양손을 절단해 은닉한 점과 나머지 부위는 쉽게 발견되도록 유기한 점으로 보아 "우리를 배신하면 저렇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런 메시지가 간접적으로 퍼질 수 있는 집단으로 추측해 보았을 때, 조직폭력배 혹은 유흥업소 종사자가 유력해 보인다.


  • 난항을 겪는 수사

경찰은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가출인, 실종자 가족들의 가정에 A4용지 15박스 분량의 전단지를 우편으로 발송해 신원 파악하는데 노력을 쏟았다. 이후 여러 차례의 제보가 왔지만 시신의 DNA와 제보자들의 DNA와 일치하지 않아 신원 파악은 실패로 돌아간다.


신원 파악이 실패로 돌아가자 경찰은 시신과 함께 발견된 유일한 유류품인 마대 자루와 검은색 비닐 봉투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마대 자루와 비닐 봉투 둘 다 부산항을 통해 중국에서 수입되어 전국적으로 대량 판매, 유통되는 소모품이라 특정인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 무연 01

시신은 부검이 끝난 후 '무연01'이라는 이름으로 가매장 되었다. 지금은 시신을 가매장한 수사관도 매장 위치를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상태이다. 이렇다 보니 당시 수사를 맡은 담당 수사관은 사건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시신의 사진을 아직도 경찰관 수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들여다 볼 정도라고.


결국 이 사건은 2017년에 강원지방경찰청 미제팀으로 이관되었다. 그리고 수사진은 지금도 DNA가 확보될 때마다 시신의 DNA와 대조작업을 하는 등 수사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2017년 7월 22일 KBS《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표창원 교수는 조폭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2018년 7월 팟캐스트 크라임에서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가 이 사건을 다루었다.


[출처: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