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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재난

[조현병] '믿음'과 '의심'에 있어서 극단으로 치우친 질병

조현병은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일종의 만성 사고장애이다.


전세계 인구 중 조현병 증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은 0.3~0.7%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평생 유병률(有病率)은 1%로 의외로 높은 편이다.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가장 극단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와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임상가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두가지 일반적 요소가 있는데 

  1. 첫번째, 조현병은 아마도 하나의 요인이 유발하는 항상 동일한 특성을 가진 질병이 아니라 유전적 소인, 생화학적 기능장애, 생리적 요인, 그리고 사회심리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변수의 조합에서 기인한 점이라는 것이고 
  2. 두번째, 조현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치료란 지금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1년 3월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이 공식 명칭이었으며 정신분열증, 정신분열 이라 불린다. 하지만 "분열"이란 단어 때문에 일반인들이 흔히 지킬 앤 하이드를 떠올린다든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 혼동하기도 하는데다, "정신이 망가졌다," "실조"와 같은 부정적 단어가 주는 정치적 올바름 문제 때문에 2011년 3월 대한의사협회에서 명칭을 "조현병"(調絃病)으로 개정하기로 확정했다. 




아직도 조현병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언론에서 정신분열증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주요 원인으로는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상, 유전적 소인, 비이상적인 신경증식, 태아 시기에 어머니의 바이러스 감염, 환경적·사회문화적인 요인 등이 지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다. 


도파민이 증가한다는 것 자체는 확실하고 도파민 차단제를 항정신병약물로 쓰고 있으나, 더 근본적인 원인인 도파민이 왜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애매한 상태. 대뇌의 구조 및 기능 이상이 지목되기도 했으나 그로 인해 조현병과 같은 증상들이 생기는 경우는 조현병으로 분류하지 않으며, 치매, 간질, 뇌종양 등과 같은 신경계 질환으로 분류한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거울 뉴런(mirror neuron)으로 불리는 대뇌 부위의 기능적 네트워크 결함이 이런 사회인지기능 저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찾아냈다. 


즉, 조현병은 두가지 측면에서 하나는 도파민 과다분비와 거울 뉴런 손상이다. 


증상으로는 주로 '사고' 관련 문제가 생기는데 망상, 환각, 지리멸렬한 언어, 긴장증적 행동 등을 보일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의 그래도 가장 중점적인 특징은 '망상'이 대부분인데 이 망상의 대부분의 형태는 '근거 없는 믿음 혹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은 극단적으로 믿고, 의심하고자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의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망상이 구체화되면서 그 믿음 혹은 불신이 체계적인 형태로 굳어버린다. 


즉, 조울증은 '좋음'과 '나쁨'에 있어서 극단으로 치우치는 질병인 반면, 조현병은 '믿음'과 '의심'에 있어서 극단으로 치우친 질병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믿고, 의심함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조현병 환자들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일반인보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도파민을 뻥튀기 시켜주는 메스암페타민 등의 마약이 초래하는 부작용과 비슷하게 망상(delusion)과 환각(hallucination)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관련하여 일반인이 아주 간과하기 쉬운 특징이 있는데, 조현병 초기에 약물치료를 충분히 받아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어느 정도 잡아 둔 환자는 정신 능력이 완전히 정상인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활동이 겨우 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진짜 아예 정상인이며, 애초에 상황이 조금만 달랐다면 완전히 멀쩡했을 사람이 기괴한 인지도식과 환청, 환시 등의 이유로 A라는 사실을 보고 듣고도 C로 알아듣고 행동하게 되니 이 병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알 만하다. 치료받은 이들에게는 위 증상이 전혀 없으며, 사회생활도 정상적으로 하고, 대학교도 다니고, 학위도 따는 사람도 많이 있다.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지능이 전부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지능이 매우 우수한 환자의 경우도 많다. 



환각 hallucination

환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되는 증상으로, 조현병을 상징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환청, 환시, 환촉 등이 있다.


환각의 가장 흔한 것은 환청(auditory hallucination)인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얘기를 거는 식이라거나, 떠든다거나 하는 식이다. 심한 경우 2명 이상의 사람이 환자의 삶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의 내용을 가진다. 가령 DSM-4-TR에서의 진단은 '여러 가지 서로 독립된 환각 증세'가 있어야 하지만, 2인 이상이 대화하는 내용의 환청이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진단 기준에 충족한다.


조현병의 환청은 그 내용이 매우 다양해서 "자살해" "하지마" 이런 부정적인 어구부터 "할 수 있어" 등의 격려하는 환청을 듣는 경우까지 환자마다 호소하는 내용이 매우 다르다. 특히 부정적이거나 기괴한 환청과 환시는 환자의 사회생활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각으로 인해 환자들이 돌발행동을 보일 때, 사람들은 환자들의 갑작스러운 행동변화에 놀라고 결국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들조차 환자 본인과 사이가 소원해지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환각 증상과 망상 증상을 신내림, 귀신들림이나 전파 공격 등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각과 결합한 망상에 깊이 빠지면 증상은 만성적으로 변하고 치료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언어가 지리멸렬해져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급성기에는 사고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로또, 로또, 로또, 로또, 로또, 석유, 석유, 석유...' 이런 식으로 의미없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쏟아낸다. 이는 극도의 흥분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이 정도가 되면 자타에게 위험할 수 있으므로 즉시 결박한 후 진정시켜야 한다.  


망상 delusion

망상 증상은 현실과는 다른 생각이나 신념을 고집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 과대망상부터 신체적 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조현병의 망상은 그 특징이 기괴(Bizarre)하다는 것이다. 증상이 오직 망상뿐인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의 망상은 의사도 깜빡 속아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체계화되어 있고 실제로 있음직한 내용인 반면, 조현병의 망상은 매우 기괴하고 구조화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DSM-4-TR에서의 진단은, '현실적인 망상 여럿 또는 기괴한 망상 하나'로서 이루어진다.


치료

항정신병제가 필요하며 주위의 도움을 동반한 정신사회적 치료를 함께 할 때 더 나은 치료 성과를 보인다. 


초기 조현병이고 나쁜 예후 인자가 없다면 약을 쓰는 동안은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 온다. 조현병 메인 기전에 뇌 전체에 도파민이 증가되어 있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 차단제이다. 간혹 부작용으로 근육 운동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심하지 않고, 이런 부작용도 주로 투약 시간이 길어졌을 때 나타난다. 조현병 약은 가격과 성능이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맞는 약이 있고 안 맞는 약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초발일 경우 리스페리돈 등을 투여하고, 효과가 없으면 약을 바꾸어 가면서 환자에게 맞는 약을 골라 낸다고 한다.


예전에는 항정신성 약물이 부작용이 심하여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기도 하였지만 현대에는 비전형적 항정신제가 매우 발전하여 그런 부작용이 거의 없이 조현병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골치 아프게도 다른 심인성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에 치료가 곤란하며, 격리치료라는 극단적 방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도 일반인들에게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중요요인.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전두엽 절제술이나 Hot Blanket Therapy이나 인슐린 쇼크 요법 같은 충격요법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런 충격을 주면 환자가 제정신이 든다고 믿었다.


대다수 병이 그렇지만 조현병은 특히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 환자에게 자기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 들이게 해야 치료가 빠른데,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이 스스로 조현병 환자라고 자각하지 못하는데다 각종 피해망상(ex.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한다.), 관계망상(ex. 누구와 누구가 나에 대해 욕하고 있다.) 때문에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주치의가 병명을 알려준다 해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이런 경우엔 가족들에게라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경과 및 합병증

조현병의 예후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불량하며, 아직까지 완치를 위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약물치료를 하는 도중에 투약을 중단할 경우, 1년 후의 재발률은 약 70%이며 지속적으로 항정신성약물을 투여할 때는 약 23%로 감소된다. 25~30년의 치료 추적기간 동안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1/3만이 회복 또는 증상이 소실되었고 그 밖의 환자는 주증상이 지속되고 있거나 여전히 입원치료를 하고 있다. 


조현병으로 첫 입원 치료 후 5년에서 10년 추적 관찰한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10~20% 정도의 환자들이 좋은 결과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있다. 절반 정도의 환자는 결과가 좋지 않아 반복적인 입원, 증상의 악화, 우울 삽화의 경험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조현병 환자가 좋지 않은 경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최소 20~30%의 환자들은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분장애 환자들에 비해서 예후가 나쁘고, 초기에 치료할 경우 예후가 좀 더 나은 편이다. 생각보다 높은 1%나 되는 유병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초기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 https://namu.wiki/w/%EC%A1%B0%ED%98%84%EB%B3%91]